[쉼표부부세계여행 네팔] 푼힐 +ABC 트레킹 6일차(데우랄리~MBC~데우랄리)

2018.04.24  [푼힐+ABC 코스 6일차]

 

– 부제 : 고산병 어택

*본래계획은 데우랄리(3230m) – MBC(3700m)- ABC(4130m)였으나 예상치도 못한 고산병으로 ABC는 가지못하고 다시 데우랄리로 돌아왔다.
* 데우랄리 – MBC – 데우랄리 !
– 너무나 완벽하게 상쾌한 몸 상태로 데우랄리를 출발했다.
– 데우랄리~MBC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
– MBC에서 2시간정도 고소적응 후 ABC로 올라갈 계획이었다. 

*오전 9시~ 오후 4시반 데우랄리 도착(2시간 MBC에서 식사 및 휴식)
–데우랄리에서 MBC로 향하던 중 큰소리가 났고 그날 눈사태가 발생했다.
– 덕분에 다시 데우랄리도 돌아올 땐 다른 길로 돌아서 왔다.
– 아무래도 시간이 늦다보니 돌아올 땐 우박+비 맞으면서 돌아옴.

*데우랄리 롯지(Shangri-la guest house)
 예상치도 않게 데우랄리에서 2박을 하게 되었다.
– 당연히 ABC에서 1박할 줄 알았던 가이드도 다시 데우랄리로 가게되어 급하게 숙소 예약을 했지만 데우랄리에 있는 롯지 통틀어 우리 둘이 지낼수 있는 방이 없어 전 날 묵었던 롯지에서 주인분(?)이 주무시는 카운터 뒷 공간을 감사하게도 내어주셔서 편하게 잘수 있었다.
– 그게아니면 히말라에 호텔까지 내려갔어야했는데 호준군이 고산병으로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기에 데우랄리에서 숙박

 

오랫동안 기다려 온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간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설레였고 그 설렘이 날 더 천하장사로 만들어줬다.
너무나 개운하게 일어났고 컨디션도 무척 좋았다.
데우랄리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9시쯤 출발했다.
MBC로 향하는 길목에서 “여긴 위험한 구간이니까 조금 빨리 걸어야해! 바짝 쫓아와”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지나치고 10분쯤 지나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고 헬기 2대가 요란하게 이동 중이었다.
눈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지만 역시 자연은 인간의 힘으론 어찌할수 없는 거대함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감탄을 입에 달고 걷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던 엄청난 산군들이 바로 내 옆에 뒤에 있었다. 어떤 느낌이냐면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늘 그렇듯 비커스가 우리의 사진을 부지런히 담아줬다. (진짜 최고의 가이드)

이런 길을 걸으며 “이 나이에 벌써 이런 값진 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준 모든 상황에 정말 감사합니다.” 란 말이 절로 나왔다.
이게 꿈인가?
내가 달력 속에 들어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볼도 꼬집어 봤지만 음청나게 아팠다.
고도는 점차 높아졌지만 사실 의식을 하지 않아서인지 산소가 부족한 느낌도, 숨이 가빠지는 현상도 없었다.
그냥 모든게 경이로웠다.

ABC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려가는 트레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도 놀라운데 ABC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이 사진엔 표현되지 않지만, 우리 둘은 ‘복받은 인생’이라면서 더 열심히 살자고 얘기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MBC에 도착했다.
데우랄리에서 2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엄청난 오름질이나 내리막이 있지 않았기에 무난한 코스라 풍경을 감상하며 딱 걷기 좋았다.

한달에 1~2회는 백패킹을 다니며 한국 산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그 어느 곳과도 비교불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표현이 과하다고 느껴진다면 직접 가보시라!!!!
한번도 본 적 없는 높이를 가진 웅장한 산들이 나를 감싸안고 있으니 말이다.

이 사진을 보고 우리 엄마는 북에서 내려온 여자 같다했다.
몇일 자외선을 그대로 받으며 걸었더니 ‘흰둥이’란 별명이 무색하게 까맣게 그을린 피부로 재탄생했다.
속상하지만 이 정도 댓가를 치루고 내가 원하던 걸 볼수만 있다면야, 피부는 시간이 흐르면 다시 돌아올테니 괜찮다.

MBC는 뒤에 보이는 롯지가 전부다.

신라면, 플레인밥, 갈릭수프, 티 2잔을 주문하고 쉬기로 했다.
MBC를 거쳐 바로 ABC를 가는 분들도 많았지만 비커스는 2시간 정도 휴식이 필요하고 그건 고소 적응을 위한 시간이라고 했다.
(물론 이렇게 쉬면 ABC에서 묵을 숙소가 없을까바 잠시 걱정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숙소는 이미 데우랄리에서 다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역시 비커스 브라보!)
나는 여전히 컨디션이 좋았지만 잠시 자고 일어난 호준이의 컨디션이 다운되는게 눈에 보였다.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아무런 증상이 없었기에 뒤늦게 다이아묵스 1T를 복용했고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호준이는 구토를 했다.
비커스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지켜보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두가지 선택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1. ABC는 내일 가고 오늘 MBC에서 묵는다. 
2. 더 상태가 안 좋아진다면 당장 데우랄리로 내려간다. 
 
솔직히 못된 나는 당장의 호준이 걱정보다 아쉬움과 원망, 실망, 슬픔의 감정이 컸었다.
증상이 호전되길 기다리며 일기를 썼다.
내 마음을 눈치챈건지, 정말 증상이 나아진건지 모르겠지만 호준이는 많이 좋아졌다며 ABC로 오르자고 했다.
비커스는 여러번 거듭 확인 후 셋이서 다시 올랐다.

하지만 호준이는 100m도 채 못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동안 인터넷으로 읽었던 고산병 위험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무서웠다.
데우랄리까지 빨리 하산하기로 했다.

야속하게도 하늘에선 갑자기 우박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 고어텍스 의류를 꺼내입을 생각도 하지 못했고 비커스가 두터운 비닐 재질을 목과 팔부분을 잘라 우비를 만들어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전에 일어났던 눈사태로 왔던 길론 되돌아갈수 없다고 했다.
결국 다른 길을 찾아 돌아왔다.
호준이의 증상은 금방 나아지질 않았고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
걱정이되는 비커스는 본인의 가방이 훨씬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호준이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자처했다.

떠나오기 전 가이드 필요성을 두고 거의 열흘을 고민했었다.
둘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건 우리 성격상 그 사람도 신경을 많이 써야하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날 난 우리 곁에 비커스가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
위험한 상황이 닥쳐왔을때 우리 둘이 어떻게 해결을 했을지, 눈사태로 사라진 길을 피해 다른 길은 어떻게 찾았을지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아찔하다.

그래서 저는 이 길이 초행자이신 분들은 가이드와 꼭 함께하길 추천합니다.

 

비커스가 만들어 준 비닐옷을 입고 무사히 데우랄리 근처까지 왔다.
갈땐 눈 여겨보지 못해 몰랐던 Avalanche Risk Area라는 팻말이 있었다. 미리 알아두고 가자.
우린 자연을 절대 이길수 없다. 그러니 늘 조심하고 건강하게 취미 생활을 즐겨야한다.

데우랄리에 도착하고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호준이의 컨디션은 돌아왔다.
많은 분들이 와서 호준이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나보고 strong girl!!이라며 웃었다. 그렇다 ㅋㅋㅋ 나는 너무나 튼튼하다. 하

비커스 덕분에 이 곳에서 잠이라도 잘 수 있었고, 무사히 잘 내려올수 있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매일 달밧을 먹는 비커스에게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고 싶었다.
그래봤자 롯지 밥이지만!! 비커스가 고른 피자와 스파게티를 같이 시켜 함께 먹으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비커스가 처음 EBC가서 고산병이 와서 고생했던 것, 결국 이후에 다시 가서 극복했다는 것과 호준이도 분명 그럴수 있다는 것까지.

우리와 동갑이었지만 어린 딸이 있던 비커스는 우리보다 훨씬 순수한 어른이었다.


지금 이 날을 회상하며 호준이는 이불킥하지만
그때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잠시동안이라도 걱정보다 원망을 많이 했던 날 반성했다. (나쁜년 ㅠㅠㅠ)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우리 여행의 시작점이었기에 남아있는 여행을 위해 아쉬움은 넣어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