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prologue] 내가 행복했다면, 그게 진짜 여행!

 

프랑스 샤모니에서 11박 12일의 뚜르 드 몽블랑(TMB) 트레킹을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의 국경을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알프스의 산군들을 지겹도록 보았다.
물론 수없이 보아도 지겨워지지 않는 게 함정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때 내가 채우고 싶었던 할당량만큼 봤던 게 분명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초록이 가득한 알프스를 맘껏 봤는데 굳이 스위스를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위스로 떠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광경을 보러 또 떠나기엔 스위스의 물가는 장기 배낭여행자인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비쌌다. 잠은 모두 캠핑장에서 해결 한다해도 스위스 패스도, 렌트도,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돈’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서의 생활을 상상했다.
지금은 ‘돈’이 문제였지만 그땐 분명 ‘시간’이 문제일 게 뻔했다. 그토록 오고 싶었지만 그간 오지 못했던 이유도 모두 ‘시간’때문이었다. 
그래. 스위스로 가자~!
대신 원래 계획했던 것보단 일정을 줄이기로 했다. 그렇게 4박 5일의 스위스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름다워! 브베

 

찰리 채플린이 마지막 여생을 보냈던 스위스의 브베!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네슬레 본사가 있는 곳도 브베이다.
그러니 찰리 채플린 동상도, 로잔 호수에 꽂혀있는 포크 모형물도 꼭 보고 오자.
길지도 않은 일정이었지만 브베를 찾았던 건 적어도 ‘나’에겐 신의 한 수였다. 그냥 아름다웠다.
똑같이 사람 사는 동네 이건만 이 곳은 왜 이토록 아름다운 걸까?
로잔 호수 때문인지, 유독 맑은 날씨 때문인지, 가득했던 꽃 때문인지, 아기자기했던 골목 때문이었는지 이유는 모른다.
작고 소박한 마을이 내 마음에 쏙 들어 돌고래 환호를 수십 번 외쳤다.
볼거리가 다양한 화려한 마을을 기대하고 온다면 분명히 실망할 것이다. 말했듯이 이 곳은 작고, 소박하고, 아기자기하고 그냥 사람 사는 동네다. 

여기가 수도라고?! 베른

 

분수의 도시 베른으로 찾아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음~~ 스위스의 수도구나. 분수가 정말 많구나. 였다.
매력이 없었다.  
캠핑장을 찾아가기 전까지 !!!!

늘 그렇듯이 캠핑장을 찾아갔다. 아니 근데 여기 뭐야?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자유로워?
어떤 느낌이냐면 굳이 뽐내지 않는데 ‘여유로움’이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다고 해야 하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스위스의 수도 베른의 느낌은 완벽하게 정반대였다.
늘 부지런히 바쁘게 달려가는 게 보통인 우리네의 수도와는 너무나 달랐다. 물론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모습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달랐다. 

특히 아레강과 함께하는 모습을 볼 땐 가히 충격이었다. 서울의 한강처럼 베른엔 아레강이 흐른다.
물 빛이 에메랄드 색이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데 이 나라 사람들은 아레강으로 하나둘씩 뛰어들었다. 어린 아이나 젊은 청년이나 늙은 노부부 할 것 없이 풍덩~ 풍덩 ~ 빠지고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설치된 바를 잡고 밖으로 나왔다.

“와~~~~ 뭐야??? 지금 뛰어 든거야??”
“헐..저 애기 다리에서 뛰어내렸어..!!”

그들을 구경하다 보면 나도 당장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하지만 이 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생존 수영을 배워온 사람들이라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그렇기에 쉽게 풍덩~ 하면 절대 안 된다.
뛰어들지 못하더라도 밖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굉장히 재밌다.

*실제로 2년 전 한국인 1명이 아레강에 뛰어들었다가 실종되었다고 하니 여행지에선 늘 조심하자. 

아레강에 뛰어들지 못한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아레강 옆으로 야외 수영장이 있다. 심지어 무료다. 역시 복지 좋은 나라는 다르다.
우리도 아쉬움을 달래고자 여기서 수영을 마음껏 즐겼다.

주변을 조금만 걷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의 여유는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여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라이프다.
아마 이들은 자랄 때부터 다른 마인드로 자라왔겠지? 그래서 쉽게 따라 하지 못할 테고.

큰 도시는 아니지만 볼거리가 쏠쏠하다.
다리 위에서 아름다운 아레강을 바라볼 수도 있고, 응가 한 판하고 사람처럼 누워 자는 곰도 볼 수 있다. 장미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베른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날씨가 궂어도 알프스는 알프스! 
그린델발트, 피르스트, 인터라켄, 라우터브루넨

 

초록 세상에 평화롭게 자리 잡은 샬레. 이게 딱 내가 생각하던 스위스.
그 상상 속의 스위스에 드디어 도착한 느낌이었다. 
파란 하늘이 좋아 한껏 들떠있었지만 이때 이후론 우박과 비가 쏟아졌다. 무섭도록 

그린델발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피르스트에 도착한다.
피르스트엔 클리프 워크, 바흐알프제 호수, 3가지의 액티비티(플라이어, 트로티바이크, 마운틴 카트)를 즐길 수 있다. 

그린델발트의 날씨가 화창했기에 왕복 케이블권에 트로티 바이크를 추가해서 구매했지만 트로비바이크는 결국 타지 못했다.
고산지대의 날씨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꼭 타고 싶었던 트로티 바이크도 타지 못했고, 클리프 워크로 갔을 땐 우박이 쏟아졌다. 심지어 SNS로 봐오던 바흐알프제와 너무 다른 모습의 호수가 날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 모두가 아쉬움과 동시에 좋았다.
여행은 늘 계획한 데로 흘러가진 않으니 그 자체를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트로티바이크 환불 안 해줘서 심통이 조금 났지만)

그렇게 아름답다는 피르스트는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그날 밤 해 질 녘의 모습은 잊지 못한다.
선명한 아이거 북벽과 황홀한 하늘은 날 위로하기에 충분하고도 흘러넘쳤다.
여행은 이렇게 예기치 못한 일이 늘 기다린다. 떄론 아쉬움이, 때론 이렇게 선물같은 일들이

그리고 우린 인터라켄에서 하늘을 날았다.
스위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하늘을 날던 그 순간.
바람에 몸을 맡기며 열심히 뛰어오른 하늘은 상상 이상이었다. 바람소리 말곤 어떠한 잡음도, 잡념도 사라진다. 
그렇게 오롯이 내 발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만끽하면 된다.
나의 버킷리스트가 모두의 버킷리스트일 리는 없겠지만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이 글도 아니요, 사진도 아니요. Just do it!


우리의 짧은 스위스 일정은 라우터브루넨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드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궂은 날씨때문에 계획 했던 마테호른도 보지 못했고, 피르스트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으며,
생각했던것보다 베른의 여유로움이 좋아 1박에서 2박으로 늘리는 바람에 루체른도 가지 못했다.
해본 것도 많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가지 않았다면 정말 몰랐을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꼭 모든 것을 일정대로 해내고, 다녀와야 할 관광지와 포토스팟을 가서 보는 것만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만큼 보지 못했더라도 내가 그 곳에서 충분히 행복하고 즐겼다면 그게 진.짜 여행을 한 건 아닐까?
그러니 미리 짜둔 일정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고, 날씨가 궂어 보지 못한다고 아쉬워말자.
하나를 뺏어 갔으면 두 개를 분명 손에 쥐어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