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세계여행 도쿄 D+167] 태풍 짜미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짧은 여행이 아닌지라 숙소는 되도록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엔 북알프스 산행을 계획했다가 태풍때문에 일정이 미뤄지는 바람에 숙소를 다시 구해 옮겨야만 했다.

지난 밤 사이에 에어비앤비 업체와 관련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은 하겠지만, 다신 에어비앤비 업체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숙소의 문제가 아닌 그 회사의 깡패같은 행위에 대해 놀라움을 표한다.)

혹시나 예약한 숙소가 취소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숙소로 향했다. 걱정한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 당연히 활짝 웃으며 이동!

태풍때문에 일본 전역이 떠들석했지만 오전엔 내내 날이 좋았다.

숙소에 짐을 옮기고 민환오빠 커플(이하 그들)을 만나기위해 나카메구로로 왔다.

여긴 벚꽃 필 때 오면 사람이 미어터진다고 하던데 그럴만 하단 생각이 들었다. 벚꽃나무가 가득했고 그 사이로 강물(?)이 흘렀다.

치앙마이에서부터 편안한 여행을 해서 그런지 엄청나게 뚱뚱해졌다. 트레킹하며 비로소 되찾은 턱은 세겹이 되었다. 한국가서 다시 빼면되!!! 하고 싶지만 왜 이렇게 자신이 없냐 ㅎㅎ 한국엔 맛있는게 너무 많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모여있다하여 다같이 구경을 했다. 취미가 똑같고 심지어 아웃도어 샵을 운영하는 민환오빠 덕분에 이것저것 많이 알게되었다.

스트리머 커피에 들러 라떼도 마셨다. 투샷이 들어가서 그런지 진했고 고소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텐트 안에 누워서 빗소리 들을 때, 카페에서 비오는 풍경을 감상할 때를 제외하곤 비오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또 영락없이 우산을 들고 돌아다녀야만 했다.

그들과 2일째 함께 다니면서 가이드 받는 것같은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 우린 일본 여행을 꽤나 많이 다녔는데 이상하게 도쿄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아니 도쿄의 여행이 늘 너무 짧았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도쿄는 오다이바, 도쿄타워, 롯본기가 전부였다.

사실 도쿄엔 볼 거리도 쇼핑할 곳도 예쁜 카페도 넘쳐나는 곳이라 정보를 찾아봐도 너무 방대해 가슴이 답답했던 차에 도쿄만 3번째라는 그들의 도움을 받게된 것이다. 어찌나 감사한지 모른다.

일본은 클래식 카도, 타일로 가득한 건물도 내 눈을 사로잡는다.

세상 귀여움을 독차지 할 것 같은 시바!견도 말이다.

나카메구로에서 다이칸야마로 천천히 걸어다니며 이동했다. 리빙샾을 좋아할 것 같다며 그들이 우릴 테노하로 안내했다.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고 여기서 티팟과 우드수저, 마그넷 하나를 구매했다.

그리고 츠타야 서점까지 방문!

퇴사준비생의 도쿄를 재밌게보며 츠타야 서점 이야기도 읽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이 더 잘 와닿았다. 관심분야를 묶어 정렬하고 해당되는 굳즈까지 배치해두는 센스. 괜히 성공한 사업이 아니다.

일본엔 사실 밴치마킹 할 곳이 너무나 많다. 작은 구멍가게부터 기업까지.

과거의 일본은 싫지만 사실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도 분명하다.

어쨌든 우리는 태풍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뉴스에선 난리였다. 그리고 지난 태풍에 큰 피해를 입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상점은 저녁 6시에 문을 닫았고 지하철도 8시에 끊겼다. 사실 자연재해는 이렇게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내는 피해가 얼마나 큰지 늘 염두하며 살았으면 한다. 나부터.

저녁9시에 오사카를 관통한다는 속보가 계속 떴고 도쿄의 근접 지역도 지나간다는 뉴스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돗물 3l를 받아뒀다.

하지만 아무리 창 밖을 쳐다보아도 비도 내리지 않고 고요했다. 그 틈을 타서 비상식량과 당장 먹을 주전부리를 사서 들어왔다.

새로 옮긴 숙소는 최신식 시설에 샤워실, 세탁기까지 갖췄는데 노트북 할 테이블이 없다. 다리미판을 가지고 와서 쓰는 호준이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내가 일기를 쓰는 동안 호준이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로 했다. 여행만 잘하기도 벅찰 수 있지만 이 곳에서 알차게 보내는 시간들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일기를 쓰다보니 바람이 강해지고 빗방울이 굵어졌다. 문 단속 단단히하고 잠들어야겠다.